광고 속 게이 코드
Posted 2007/05/03 18:36, Filed under: Magazine/Culture
세상의 모든 성은 여성 아니면 남성이다. 공식적으로는. 톰 포드, 장 폴 고티에, 칼 라거펠트, 마크 제이콥스, 앤디 워홀, 로버트 메이플소프, 샤갈, 차이코프스키, 오스카 와일드, 랭보의 공통점은? 모두 게이라는 사실. 오랫동안 말하지 않고 숨겨야 하는것으로 여겨지던 벽장 속의 성 동성애가 대중문화의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당신 주위의 패션 잡지와 광고 등을 잘 살펴보시라. 마초의 상징과도 같은 근육맨은 지면에서 사라졌으며, 특히 패션 브랜드에서는 게이 콘셉트의 연출이 주를 이룬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게이 코드가 등장하는 광고는 심의를 통과하기 어려웠으나, 자본주의의 꽃인 광고가 이 트렌드를 놓칠 리가 없다. 재미난 것은 심의에 걸린 포르노성 게이 코드 광고도 매출에는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것과 미디어의 비평은 받을지언정 대중에게는 심한 질타와 부정적 반응을 얻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게이 코드의 광고가 게이만을 대상으로하는 것은 아니다. 게이가 강력한 구매 파워를 가진 집단으로 떠오른 것이 사실이지만 실은, 현대 광고는 게아가 아닌 더 광범위한 사람들을 타깃으로 게이 코드를 이용한다. 전형적인 마초맨들은 입에 거품을 물겠지만. 1 돌체앤가바나 하드코어적인 동성애 내용을 담고 있다. 성기가 직접 드러나지 않는 한 더 이상의 위험 수위는 없을 정도로 파격적인 게이 코드 광고. 2 이탈리아의 남성판 보그인 <우모 보그> 표지에 실린 영국의 팝 가수 엘튼 존 부부. 엘리자베스 2세로부터 기사 작위도 받은 엘튼 존은 2005년 15살 연하의 캐나다 출신 영화 제작자 데이비드 퍼니시와 동성 결혼했다. 3 게이 아티스트인 피에르와 질에게 영향을 받은 장 폴 고티에 향수 광고. 게이, 광고에 데뷔하다 2005년 어느 날 저녁 밥상을 물린 후 TV를 응시하던 나는 ‘악!’ 소리를 지를 뻔했다. 두 남자가 신음소리를 내며 엉켜 뒹구는 광고가 전파를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놓고 게이 코드를 표방한 스카이 핸드폰 광고는 과장을 좀 보태 혁명 같은 일이었다. 남녀칠세부동석의 유교 윤리가 여전히 집단 의식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대중매체인 TV를 통해 동성애를 퍼뜨리다니! 특히 다른 장르도 아닌 광고에서 게이를 운운했다는 사실은 더욱 놀라운 사건이었다. 한 아티스트가 자신의 성적 취향을 드러내고자 동성애를 주제로 하는 개인전을 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회 윤리의 울타리가 겹겹이 쳐져 있는 기업 마케팅 활동인 광고에서 게이의 모습을 연출했다는 것은 하나의 상징적 사건이다. 그것은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라는 것이 더 이상 감시와 멸시의 대상이 아니라 특수한 성적 취향으로 인정되고 있음을 입증하는 사례였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스카이 광고는 제품을 알리는 애드버타이징인 동시에 게이의 위상을 웅변하는 프로파간다(propaganda: 선전)였다. 이렇게 동성애 현상은 우리 주위에 널리 퍼져 있다. 특히 게이 클래스는 수적으로는 아직 마이너리티지만 사회적 위상으로 볼 때 메이저리그급이다. 외국의 경우 패션, 디자인, 스타일링을 비롯한 창의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거의가 동성애자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장 폴 고티에, 톰 포드, 마크 제이콥스, 돌체앤 가바나 등 이름만 들어도 기라성의 대열임을 직감할 수 있는 그들은 내로라하는 패션 브랜드의 디자이너이자 게이이다. 이들은 게이 클래스의 아이콘으로서 디자인과 광고를 통해 세간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히 패션 제품군에서 게이 코드를 활용한 광고가 눈에 많이 띈다. 우선 최근에 가장 표 나게 게이 코드를 내세우는 돌체앤가바나의 광고(앞 페이지 이미지 참고)를 예로 들지 않을 수 없다. 돌체앤가바나의 경우 하드코어적인 동성애 내용을 담고 있을 정도로 파격적인데 기존 캘빈 클라인이나 시슬리에서 과도한 에로티시즘 코드를 활용했던 사례는 애교로 비쳐질 정도다. 지금까지의 섹스 코드를 활용한 광고에선 막 섹스를 끝낸 후 바지 지퍼를 올리는 남자 옆엔 으레 옷 매무새를 가다듬는 여인이 있었다. 그러나 돌체앤가바나 광고에선 남자 파트너가 넥타이를 고쳐 매고 있다. 그 옆의 사진은 더욱 도발적이다. 한 여자를 벗겨놓고 내려다보는 하드코어 포르노의 그룹 섹스 상황에 벌거벗은 남자를 배치해놓았다.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직접적으로 남자의 성기를 드러내지 않는 한 이보다 더 큰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게이 광고는 없을 듯 보인다. 마크 제이콥스와 그의 분신이자 사업 파트너인 로버트 더피가 직접 누드로 등장한 광고는 등장인물 자체가 화제가 되었던 프로젝트였다. 피부암 연구를 위한 자선기금 모금 홍보물인 이 작품은 여성의 알몸을 등장시키던 기존 관례를 깨고 게이인 마크 제이콥스 자신이 등장해 보다 큰 이슈를 제공했다. 동성애는 이제 하나의 자연스러운 사회문화적 현상이다. 이전처럼 정상・비정상의 이분법적 잣대로 판단되는 사안이 아닌 것이다. 그것은 취향의 문제이고 선택 사항일 뿐이다. 이 세상엔 황인, 백인, 흑인이 존재하듯 이성애자, 동성애자, 양성애자가 존재한다. 게다가 게이 클래스가 사회의 메이저리그로 진입하는 추세가 빨라지고 있기에 그들을 비추는 커뮤니케이션 활동 역시 양・질의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영화, 드라마, 소설, 아트에서 광고에 이르기까지 사회문화 현상에 촉수를 갖다 대는 창작 작업에서 게이 코드는 더욱 활발히 활용될 전망이다. |



